회화를 확장하는 진유영 HIT: 206
작성자 : 관리자 
2019.06.07 (22:33)


회화를 확장하는
진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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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영은 예술 분야 최초의 한국 장학생으로 도불하여, ‘회화의 죽음 시대’에 오히려 ‘회화의 확장’을 일으켰다. 그는 예술 부문 최초의 국비 장학생으로서, 프랑스에 68년 5월 혁명이 발발했던 다음 해인 1969년에 도착, 당시 수학했던 미술학교는 헤겔주의자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에 영향을 받아 심각한 분위기였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며, 과연 ‘회화란 무엇인가’를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 현대는 3D (deaths), 즉 세 개의 ‘죽음 이후의 시대’라고 한다. 18세기에 헤겔은 존재론적인 “예술의 종말”을 말하고, 19세기에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포했으며, 20세기에 미셀 푸코는 “인간의 사망”을 공포했다. ‘죽음 이후의 시대’를 극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바로 가장 먼저 사망 선고를 받은 ‘회화’의 부활이었다. 진유영이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만해도 대부분의 프랑스인이 한국을 몰랐다. 이러한 낯선 곳에서 숨을 돌리기도 전에, 그는 미술사와 인류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에 직접 부딪히게 되었다. 많은 혼란과 당황스러움의 긴터널 후에, 마침내 그는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우선 오랜 기간의 작업을 통해서 문제를 “구체화”했다. 여기서 바로 “구체적”이라는 것이 “해결점”이 되었다10). 작가는 ‘회화가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이고 이론적인 질문이 결국 ‘회화의 종말’이라는 죽음, 공론적인 죽음을 가져왔다고 보았다. 그는, 플라톤 이래 논의되어왔던  ‘무엇’이라는 본질적이며, 목적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추상적인 것 대신에, “구체적으로” 그리고 Hic et Nunc (여기 지금)가 포함된, 즉 현재성이 포함된 “어디에”라는 질문을 했다. 또한 회화의 위기는 곧 그 자신의 위기로, ‘회화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것은 곧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유는 관계론적으로 발전되는데, 시공간적 질문은 결국 지금 여기에서 ‘어떤 관계성 속에 있는가’를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린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 사는 나의 Dasein을 회화를 통하여 은유적으로 생각하며, 세상과 타자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그의 위상을 묻는 물음이다. 
진유영은 회화가 캔버스 내에만 머무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회화의 확장을 시도했다. 그는 우선 오브제를 디지털카메라로 아주 가까이 찍고, 이 구조물을 포토샵을 사용하여 크게 확대했다. 이 확대된 작품의 사진에 아날로그 방법인 고전적 수채화 작업 혹은 색연필로 대생을 하고 이 작품을 다시 촬영하고 포토샵 작업을 거치며 디지털화했다. 그는 디지털의 도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냉정함과 상호 비인식성에 덧칠을 한다. 그러다가 너무 감성적 심성적으로 아날로그화되면 이성적 객관적인 디지털 모습을 다시 첨가한다. 이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사진, 물체와 영상, 은유와 실재를 오가며 이 둘이 교류하고 조화됨으로써, 회화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작가는 이와같이 “회화는 방법론적으로는 ‘사진과 회화 사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두 영역을 오가며 만나는 그 사이에 위치해 있다”라고 보았다.
이번 꾸탕스 전시에 출품된 <서대문 형무소>와 같은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사진 (디지털)  작품 같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수채화나 색연필 데생(아날로그)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아주 가까이 가면 사진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을 진유영은 ‘밀랍 주조법’ (lost-wax casting)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밀랍으로 모형을 만들어 진흙을 덮어  씌운 뒤, 열을 가해 밀랍을 완전히 빼내고 그 공간에 쇳물을 넣어서 원하는 활자나 모형을 만드는 것처럼,  그는 밀랍을 빼는 대신, 여러 번의 디지털과 아날로그 작업을 통해 ‘사진’ 혹은 ‘화소’(DPI)의 흔적을 모두 사라지게 한다.11) “여기서 화소가 죽음을 상징한다면, 이를 제거하고 그곳에 대신 생명체를 집어넣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회화가 어디 있는가’를 물으면서 작가는 동시에 ‘내가 어디 있는가’도 묻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니, 주변 환경, 대상(오브제), 타인들이 보였다. 그들 사이에 나 자신이 있었고, 그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그들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주 거대한 것에는 쉽게 경외감을 느끼는데, 이러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다가설 때, 의외로 많은 것들이 보였다”라고 진유영 작가는 말한다. 그는 “나 자신이 크다고 생각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내가 작아지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보였으며, 내가 느끼듯이 그렇게 관람객들에게도 대상과 타인이 크게 보일 수 있도록, 카메라로 대상을 찍고, 포토샵을 사용하여 확대 ”하게 되었다. 이렇게 타인에게 혹은 한 대상에게 다가감으로써, ‘이미지’나 허상으로 느껴졌던 것이 점점 ‘실체’로서 만나게 되었다. 작가는 “회화는 시각예술이 아니라 시각을 초월하는 예술이라는 것”이라고 보며, “회화란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실체를 만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무엇’을 묻는 존재론적 형이상학적 질문이 아닌, 방법적 실천론적인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며, 궁극적인 실체인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작가는 결론 짓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가장 아름다운 실체”이기 때문이다. 

| 전시기획 심은록(SIM Eunlo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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