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명 역사학자와의 인터뷰(23) - 한글과 한국어 II. HIT: 1,830
작성자 : 관리자 
2014.10.17 (12:09)


NO. 731 / 2014년 10월 15일(수)

이진명 역사학자와의 인터뷰(23)
한글과 한국어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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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레프 콘체비치 (Lev Kontsevich) 교수(左)와 이진명 교수,
이옥 교수의 무덤이 있는 몽파르나스 묘지 근처에서, 2004년 9월.

한글의 세계적 전파에 대한 시도와 노력
(심은록, 이하 '심)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발명한 과학적이면서 배우기, 쓰기, 읽기가 쉬운 문자 체계인데요. 특히 중국이나 일본에 비교하면, 우리 한글은 훨씬 간결하고 쉬운 것 같습니다.

(이진명, 이하 '이') 인류의 모든 기록이 문자를 통해 이루어져 왔어요. 문자는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지요. 중국의 한자는 수도 많고, 복잡한 것은 획이 30 개나 돼요. 글자 한자에 선을 30개 긋는 것이지요. 그 수도 5만 개 이상이나 돼요. 계속 만들어서 써요. 한국에서 만든 한자도 있고 (예, 乭 돌), 일본에서 만들어 쓰는 한자도 있어요. 이처럼 수도 많고 획도 복잡하므로 이것을 익혀서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적는 데 시간 낭비도 많이 돼요. 요즈음은 컴퓨터로 글을 많이 쓰니까 편리해 지긴 했지만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문화혁명 때 한자를 간소화 해서 그걸 사용하고 있어요.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도 과거의 웨이드 표기법(예, Peking)에서 핑잉(예, Beijing)으로 바꾸었고요. 한국어도 과거에 맥큔 라이샤워(MacCune-Reischauer, 예를 들어 Cheju, Kyongsang, Cheolla, Kojedo, 등으로 표기) 표기법을 사용하다가 2000년부터 한국에서 제정한 것을 사용해요 (Jeju, Gyeongsang, Jeolla, Geoje, 등). 월남어에서는 19세기 중엽에 프랑스 신부가 개발한 로마자(영문자) 표기법을 사용해요.

(심) 글자가 없었던 여러 소수 민족들이 영어를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 한글도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이) 중국 연변의 한인 자치주에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어요. 한글이 배우기가 쉬우므로, 언어는 있는데 문자가 없는 외국의 소수 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시도가 몇 번 있었어요. 1990년대에 태국 북부의 라후(Lahu) 족, 그리고 중국 변방의 소수 민족, 등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어요.

2009년에는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주(州)의 부톤 섬 (인구 약 50만 명)의 찌아찌아(Bahassa Ciacia) 족(약 8만 명)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업을 펼쳐, 찌아찌아 족(族)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한 교과서도 만들고, 경제 지원도 약속하고, 아울러 한국어 보급도 시도했어요. 이 사실은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도 보도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어요. 그러나 그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잘 되는 것 같지 않아요. 모든 주권 국가들은 공용어가 있어요. 문자의 보급에는 중앙 정부의 정책이 뒤따라야 해요. 주권 국가 내의 소수 민족에게 생소한 문자를 채택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반영하는 것이에요.

레프 콘체비치/ 유럽한국학학회
(심) 앞에서 교수님께서 "조로 사전"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북한 사전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이) 러시아 과학원 동방학 연구소의 레프 콘체비치 (Lev Kontsevich [사진 6]) 교수가 1990년에 나에게 앞에서 말한 " 조선문화어사전', "조선말 맞춤법' 과 "문화어 발음법"을 구해다 주었어요. 나는 콘체비치 교수를 '유럽한국학학회' (AKSE, Association of Korean Studies in Europe) 학술 발표회에 참가했다가 만났어요. 콘체비치 교수는 나보다 15년 정도 선배이고, 러시아 제일의 한국어 학자인데, 러시아에서는 '조선어 학자"라고 하겠지요, 나랑 아주 친하게 지냈어요.

(심) '유럽한국학학회'는 언제 어떻게 창립되었나요?

(이) 유럽한국학학회는 1976년에 프랑스의 이옥 교수, 영국의 스킬렌드 (Skillend) 교수, 화란의 포스 (Vos) 교수가 중심이 되어 창립된 학회예요. 그 이듬해 제1회 유럽 한국학 대회를 개최한 이래 1989년 프랑스 두르당(Dourdan) 대회까지 매년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가면서 대회를 개최했어요. 그 후에는 매 2년마다 개최해요. 이 대회에 서부 유럽 학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학자들, 그리고 동 유럽 학자들도 참가해요. 간혹 북한 학자들도 참가하고요. 1980년대만 해도, 동 유럽 국가의 한국학 학자들은 북한에서 공부한 분들이었고, 북한과 교류를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는 소련을 비롯한 동부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대단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서 유럽 학자들은 동 유럽 학자들에게 여러 가지 물질적 편의도 제공했어요. 1989년 구 소련이 해체되고, 1990년 9월 30일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국교가 수립되었어요. 러시아와 대한민국 간에 교류의 물꼬가 트이자 콘체비치 교수는 진주 대학교에 와서 러시아어를 강의하기도 했어요. 한국에서 받은 월급을 모아서 러시아에 돌아가면 생활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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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레프 콘체비치의 아들 막심 콘체비치(Maxim Kontsevich, 1998년 수학 분야의 노벨 상인 필즈 메달 수상자)

콘체비치 교수의 아들 막심(Maxim Kontsevich, 1964년생 [사진 2, 3])은 유명한 수학자인데, 수학 분야 노벨 상이라고 불리는 필즈 메달(Fields Medal, 1998)을 34세에 받았고, 그 외에도 수학 분야의 저명한 상을 여러 개 더 수상했어요. 현재는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1995년에 31세로 프랑스의 고등과학대학원 (IHES, Institut des Hautes Etudes Scientifiques)의 수학 교수가 되었고, 2002년에는 프랑스 과학원 (Acad?mie des Sciences) 회원이 되었어요. 필즈 메달은 40세 미만의 수학자로서 수학에 공로가 큰 학자들에게 주는 상이므로 이 상을 받은 수학자들은 30대 중반에 교수가 되고 과학원 회원도 되지요. 인문학에서는 50대 중반이나 되어야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가능해요.
    
콘체비치교수가 파리에 오시면 내게 연락을 해서 가끔 만났는데, 2004년 9월에 마지막으로 만났어요. 그때 콘체비치 교수 부부와 우리 부부가 만나서 몽파르나스 공동 묘지에 있는 이옥 교수의 묘지에 들렀다가 생-미셸 근처의 프랑스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했지요. 그때 자랑스러운 아들 막심(Maxim) 이야기를 많이 해 주어서 막심이 필즈 상을 받은 사실도 그때 알았어요. 그후는 연세가 많으셔서 파리에 오시지 않는 것 같아요.

(심) 교수님께서는 한국의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프랑스에 오셔서는 역사학을 전공하시고, 리옹3대학에서는 한국어를 주로 강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와 과정이 가능했나요?(이) 역사 공부를 한 다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한국어 문법 공부도 10여년 공부했어요. 문법 공부는 한국어 문법 책을 쓰면서 했어요. 1980년에 "한국어 문법 Grammaire du cor?en"을 쓰기 시작하여 1985년에 제1권(345쪽)을 출판했어요. 그리고 나서 " 실용 한국어 Le cor?en pratique" 를 1987년에 냈고 다른 논문도 써야 했기 때문에, 문법 책 제2권 집필이 지연되고 있었어요. 제2권을 끝내야 하는데 계속 늦어져서 밤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그렇게 해서 제2권(426쪽)이 나온 것이 1991년, 제1권을 내고 6년이 지난 다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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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수학자 막심 콘체비치의 자서 전 표지의 내지

한국어의 화계
(심) 불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이 많이 고생을 하는 만큼, 한국어를 배우는 프랑스인 학생들도 한국어가 어려울텐데요.

(이) 한국어가 어렵지요. 모든 언어가 다 어려워요. 문법 체계를 깨우쳐야 하고, 2000여 개 이상의 단어도 외워야 해요. 서양인들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같은 동양 언어를 배우면, 단어를 외울 때, 어디 기댈 데가 없어요. 그래서 새로 외우는 수 밖에 없지요. 서양인들이 라틴어 계통의 언어인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등을 배우면 어원이 같은 단어들이 많고 문법 체계도 비슷하므로 쉽게 배울 수 있지요.  한국어와 일본어를 비교해 보면, 일본어는 발음이 쉬워서 일본어 구어는 쉽다고 해요. 한국어는 자음-모음-자음으로 음절을 구성하기 때문에 한글 철자도 어렵고, 발음 변화도 많아서 발음도 어려워요. 중국어는 억양(ton)이 4개나 있어서 어렵다고 해요.

한국어와 일본어에는 두 언어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한자어가 많아요. 물론 이 단어들의 발음은 다르고요. 그런데 한국어와 일본어가 알타이 어족(語族, famille linguistique)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두 이웃 언어 고유의 어휘 가운데, 이상하게도 비슷한 단어가 거의 없어요. "얼굴, 손, 발, 논, 벼, 쌀, 밥, 돌, 바람, 구름, 나무, 호미, 낫, 먹다, 자다, 예쁘다…" 등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완전히 다른 말들이에요.

일본어를 쓸 때, 한자가 필수적이에요. 그래서 한자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또 한자어 단어를 읽는 법이 여러 가지예요. 문장의 어순(語順)이나 단어들의 문법 기능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같아요. 두 개의 물방울과 같이 꼭 닮았어요. 한국어와 일본어에 조사가 있고, 문장 구조가 주어-보어-동사 (프랑스어나 영어는 주어-동사-보어), 동사가 절(節)이나 문장의 끝에 오는 것이에요. 그런데 세부적으로 한국어의 문법은 대단히 까다로워요.

(심) 제가 한국인이라 한국어가 일본어보다 훨씬 쉬운 줄 알았는데, 외국인들 한테는 일본어의 구어가 더 쉬운 것이군요. 외국인들이 한국어을 배울때 특히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특히 어려운 것은 한국어의 화계(話階)예요. 화계는 상대방과 화자(話者)인 나와의 사회적인 대인( 對人)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언어상의 단계예요. 대등한 관계, 아랫 사람과 윗 사람의 관계, 거기에 따라 말로서 상대방을 올리고 내리는 관계와 정도가 정해져야 대화가 가능해 져요.

"하다/해, 하게, 하오, 하세요/해요, 사십시오, 하소서"의 6단계. 화계가 또 "서술-진술형, 의문형, 명령형, 청유형, 동의형, 감탄형"의 여섯 가지 문형으로 나뉘어요. 각 화계 6 단계와 문형 6 가지, 즉 36개의 형태인데, 각 형태에 여러 개의 어미가 있어요. 동사는 행동 동사(verbe)와 형용사 (adjective / verbe adjectival / adjective verbal)의 두 종류인데, 모두 활용/변화 (conjugaison)을 해요. 어근에 이들 종결 어미를 붙이는 것이 동사 변화/활용(conjugaison)이에요. 이런 복잡한 종결 어미는 대화를 할 때, 즉 구어(口語)에서 필요하고, 글로 쓸 때, 즉 신문 기사, 논문, 등의 문어(文語)에서는 모든 독자를 대상으로 함으로, 중립 형태만 사용하기 때문에 간단해요.
상대를 올리고 자기를 낮추는 관계, 이런 것들이 한국 사회의 오랜 유교 전통에 기인한다고 봐요.

(심) 제가 한국에 들렸을 때, 사람들,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말투가 아주 낯설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에도 존칭을 쓰는 아주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 커피가 나오셨습니다", "연회비가 없으신 카드이십니다". "요금은 5천원 이십니다" 등등. 우리 나라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는 물질숭배주의에서 나온 것인지, 주체와 오브제를 혼동해서 그런 것이지,  암튼 여러 다양한 원인이 섞여서 생겨난 현상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사회학적이나 언어학적으로 연구논문들이 나올 만한 독특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 한국어 문법의 동사는 정말 어렵네요. 옛날 고전그리스어에 버금 가는 것 같습니다.

(이) 한국어 문법에서는 동사가 제일 어려워요. 동사의 어미는 종류도 여러 가지예요. 문장의 맨 끝에 오는 동사의 어미에 붙는 종결 어미 외에, 절의 끝에 있는 동사에 붙는 연결 어미, "고, (으)며, (으)므로, 니까, (이)라서, 지만, …" 등, 수 백 개가 되어요. 또 부사형 어미도 있고요.

우리가 불어를 배워 보아서 알지만, 불어도 동사가 제일 어려워요. 불어 동사는 인칭 (je, tu, il/elle)과 수( 단수와 복수, nous, vous, ils/ells) ; 직설법, 조건법, 접속법 ; 미래, 전미래, 현재, 반과거, 단순과거, 복합과거, 대과거의 시제에 따라 어미가 다르잖아요! 게다가 불규칙 동사도 많고요. 프랑스의 일반 지식인이라도 이런 동사 변화를 모두 활용할 줄 아는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동사 활용표만으로도 책으로 한 권이 되어요. 이런 사정은 한국어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내 문법 책은 동사로 시작해요.

(심) 동사 외의 중요한 문법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 동사 다음으로 중요한 문법 요소는 조사(토씨)인데, 그 기능과 용도, 의미가 다양하고, 수도 많아요 : 는/은, 가/이, 도, 만, 과/와. 하고, (이)랑, (이)라도, (으)로, (으)로서, 한국어 학습 초기부터 부딪치는 것이 " 는/은, 가/이"의 용법인데, 설명도 어렵고, 이해도 어려워요.

그 외에도 한국어의 특질로, 동사 변화와 의성어/의태어에 나타나는 모음 조화 현상도 있어요. 양성 모음 ("아, 오")는 양성 모음끼리 만나서 어울리고 (찰랑찰랑), 음성 모음 ("아, 오" 이외의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철렁철렁) 현상이에요. 이것이 알타이어 계통 언어의 특질이기도 해요.
게다가 한자까지 배우려면 무척 어렵지요.

(심) 교수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그래도 외국인 학생들이 힘내서 많이들 한국어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열심히 외국어를 배우고요. 언어는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니까요. 외국어 하나를  알면 또 다른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그래요. 열심히 하면 돼요. 어떤 외국어라도 열심히 하면 안될 것이 없어요.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뭐든지 다 돼요.

<파리지성 / 심은록 info.simeunlo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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