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와의 인터뷰 다섯번째 HIT: 509
작성자 : 관리자 
2016.03.16 (19:12)


                                    ()으로 봄을 앞당기다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와의 인터뷰 다섯번째

본지는 『(인터뷰를 통한) 재불한인사』(가제. 심은록 엮음, 파리지성 출판)이라는 책 출판을 목적으로 재불한인들과의 인터뷰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미  ‘재불한인미술사’에 대한 기획이 2008년부터 김창열, 이우환, 방혜자, 권순철, 진유영, 신성희, 등 재불한인미술가들의 아틀리에를 탐방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이미 시작되었었다. 이 기획이 『(인터뷰를 통한) 재불한인사』로 확장되고, 2013년부터본격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재불한인들과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특히 이진명 역사학 교수와 재불한인역사에 대한 인터뷰는 6개월 이상 심도깊게 진행되었다. 올해 상기 책 출간에 임박하여, 2014 4 4일에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와 그의 뱅센느 자택에서 했던 인터뷰를 정리하여, “현()으로 봄을 앞당기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게 되었다. 5주전부터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와의 인터뷰에 앞서’를 게재하면서 인터뷰글은 이어지고 있고, 이번주에 그와의 다섯번째 인터뷰를 게재한다

                                     강동석 사진 8.jpg


한국과 서양의 교육학적 방법의 차이에 대하여.

심은록. 어렸을 때,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서 미국으로 가고, 어떻게 보면 바로 경쟁구조로 들어가는 건데, 어린 시절을 희생당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셨는지요.

강동석. 굳이 원망을 하려면 그런 건 있죠. 보통 애들처럼 나가서 놀 수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었고요. 하지만, 지금 한국 학생들 보면 불쌍해요. 특히 중고등학생들 보면 더 그래요. 좀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무조건 양으로만 해야 하니까 이런 부분은 예술 쪽으로는 안 맞아요. 연습만 많이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죠. 기계적인 연습은 별로 효과가 없어요. 작곡자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파고드는 연습을 해야죠.

한국 학생들은 서양과는 달리 몇 개 중에서 고르는 객관식 시험에 익숙하죠. 그래선지 아는 것은 많은데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없는 경우가 많고, 열심히 하긴 했는데 생각없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선생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요. 한국 학생들은 선생들한테 거의 무조건이다시피 복종하니까, 선생들은 한 편으로는 책임감도 더 중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편한 것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정말 문제는 학생들이 생각을 안 하게 되고, 자기가 갈 길을 스스로 찾아내고 헤쳐가야 되는데, 이조차도 선생님께 의지한다는 거죠.

심은록. 그 부분에서 한국의 교육은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린 학생들이 마치 무슨 군대 생활하는 것처럼 너무 고생을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램이 꽉찬 생활을 하니, 개성을 키울 시간도 없어 보입니다한국과 비교하면, 여기 학생들은  자유롭고  여유도 있으면서, 바칼로레아[프랑스 대입시험]의 철학 논술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전개합니다.

강동석. 한국학생들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외국의 비슷한 또래보다 앞선 경우가 꽤 많아요. 그러나, 다른 점은 외국학생들은 수준은 덜높아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고, 주장을 똑바로 말해요. 때로는 선생들이 뭐라해도 오히려 도전하고 그래요. 예술에서는 이런 것이 참 중요하거든요. 하물며, 한국은 대학생인데도 교수들한테 많이 의지하는데, 이 부분에서 외국학생들하고 너무 달라요. 외국 학생들은 비록 기술적인 면으로 덜 뛰어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런  차이점이죠. “이렇게 이런 식으로 해라”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는 것그건 아니거든요. 한국학생들은 음악교육도 일반 교육과정과 비슷하게 무조건 연습하고 훈련하며,되풀이하고 또 되풀이 해요.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음악은 미술과 마찬가지로, 창작력이나 자기 개성이 있어야 해요. 그런 걸 위해서 자기의 끼도 개척해 나가고, 자신의 뚜렷한 주장이나 철학이 있어야 해요. 이런 의미에서 예술 방면에서 보면, 한국 스타일의 교육은 좋지 않아요.

심은록.  그래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예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술은 창의성을 중시하고 개성을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시 하니까요. 그런데 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들어가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왜 변화가 없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강동석. 서양에선 선생들의 의미가 학생들에게 좋은 길로 인도해주고,그 다음엔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갈 수 있게 해주는 거에요. 그러니, 선생이 알려줘도 학생이 그걸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건지 생각하며 자기 나름대로 주장을 가져요.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점이 많이 아쉬워요.

심은록. 한국에서 실내악 페스티벌을 시작한 것에는 교육적인 부분도 많이 포함되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강동석. 제가 공부할때, 실내악을 하면서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어요. 솔로만 하면,주로 자기 파트만 보고 연구하기에 시야가 좁아지기 쉬워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실내악을 연주해 봐야 해요. 실내악을 하게 되면 다른 악기들과 만나게 되고 전체를 볼 줄 알게 되거든요. 또 오케스트라도 하고요. 바이올린을 전공해도, 바이올린 콘서트만 가지 말고 성악도 듣고, 음악 안에서만이라도 광범위하게 공부하며, 전체를 보라는 이야기에요. 학생들한테도 실내악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이올린 레슨만 받으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실내악을 하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다른 연주자들과 앙상블을 이루려고 노력하면, 모두 함께 한 호흡으로 연주할 수 있는 것을 배우게 되요.


강동석 사진 9.jpg

콩쿠르에 대하여

심은록선생님께서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3大 바이올린 콩쿠르를  석권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예나 지금이나 콩쿠르는 학생들한테는 꼭 넘어야 할 관문인 것 같습니다.

[cf. 강동석은 줄리아드와 커티스 스쿨에 수학하면서, 1971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콩쿠르, 워싱턴 메리워드 포스트 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18세 때 케네디센터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그는 세계 3大 콩쿠르라고 불리는 몬트리올 콩쿠르 최우수상, 영국의 칼 프레시 콩쿠르와 브뤼셀의 퀸 엘리자베스콩쿠르를 석권했다. 1976,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개최될 때,구소련 출신의 연주자들이 다수였으며, 이들 가운데 1위와 2위가 있었다. “유럽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에서 온” 강동석은 3위였다. 한국인으로서는 첫 입상이었다. 세계 3大 콩쿠르 석권 이후, 강동석은 세계정상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강동석. 한국 학생들은 레슨에 많이 의존하고 콩쿠르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아요. 젊은 사람들한테는 그 방법 밖에 없으니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넓게 보는 시야를 놓치게 되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예술가가 되려면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고, 타고난 개성을 발견하고 성숙하게 하며, 다른 작가들과 연주하면서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해 깊이 파고들 수 있어야 해요.

콩쿠르도 너무 많아지고 흔해지다보니, 경쟁이 점점 더 심해져요. 그러나 예전처럼 중요한 콩쿠르에서 입상 했다고 해도 커리어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 참 어렵죠.

사실 콩쿠르라는 것 자체가 예술계통에서는 부자연스러운거에요. 운동은 다르지요. 운동은 누가 더 빨리 뛰냐 더 높이 뛸 수 있냐 이런 것이 객관적으로 가능하잖아요. 초시계나 자로 재서 결정도 가능하고요. 그런데. 음악은 예술이잖아요. 마치 마티스와 피카소를 비교하며 누가 더 뛰어난지 우위를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마티스는 마티스 나름대로, 피카소는 피카소 나름대로의 예술적 특색과 경향이 다른데, 이를 비교해서 우위를 정한다는 것이 사실 말이 안되죠.

심은록.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콩쿠르를 하시는 입장이 아니라, 일찍이 심사위원 입장이 되셨는데....

[1981, 바이올린과 피아노 경연대회인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그는 최연소 심사위원이었다]

강동석. 나이가 드니 반대로 이[심사위원]쪽에 앉아서 보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아요. 때로는 이도 저도 아닌 개성도 없는 사람이 입상할 때가 있어요. 어떤 연주자가 개성이 아주 뚜렷하면, 한 쪽 심사위원들은 그 개성을 너무 좋아하고, 또 다른 쪽 심사위원들은 너무 싫어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이쪽이나 저쪽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연주자를 선택하게 되고,뚜렷하게 개성 있는 연주자들은 오히려 입상을 못 하는 그런 이상한 경우도 생겨요. 어떤 콩쿠르에는 정치적인 것이 개입되기도 하고요.

콩쿠르가 많아지면서 의미도 옛날하고 좀 달라졌어요. 무슨 테니스 토너먼트처럼, 어느 콩쿠르에서는 누가 우승하고, 또 다른 콩쿠르에서는 다른 사람이 우승해요. 그러니 콩쿠르의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래요.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평상시보다 좀 더 집중해서 연습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좋은 경험으로 여겼으면 좋겠어요.

심은록. 콩쿠르의 정치적인 측면을 잠깐 언급하셨는데, 상업화되는 측면은 없나요 ? 미술계에서는 미술의 상업화 때문에 늘 시끄러운데요. 옥션에서  비싸게 팔리는 정도에 따라 유명작가가 되는데요. 문제는 ‘유명한’ 예술가가 ‘훌륭한’ 예술가라는 등식이 성립되어가고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루이 비통 작가[예를 들어, 무라카미 다카시가 루이 비통 가방에 그의 작품을 결합시키는 것 등], 헤르메스 작가 이런 식으로, 브랜드 작가들이 가장 훌륭한 작가로 인식이 되고 있고요. 그들은 사실 가장 훌륭한 작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브랜드를 가장 잘 돋보일 수 있는 작가를 찾는건데요.

강동석. 다 마찬가지예요. 음악도  많이 커머셜하게 되어 안타까운데,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연주할 때도 누가 더 잘하는지 구별하고, 요즘은 또 외모도 봐요. 사진도 옛날에는 바이올린 하나 들고 찍으면 다 되는데, 요즘에는 벼라별 포즈를 다 요구하고, 여자 연주자들의 경우에는 의상까지 어떻게 입으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거기에다가 이것 저것 기사거리를 만들어 내려고 해요. 그래서 갑자기 대중매체에 떠서 유명해 지면 잘 팔리는 거에요. 실력을 따지는 것이 아니죠

레코딩 회사도 옛날에는 10, 20년을 내다 보며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실력으로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잘 팔릴 것 같다고 생각되면 바로 계약하고, 일년 해 봤다가 잘 안되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등, 대부분이 이런 식이에요. 그러니까 상품 파는 것처럼,어떻게 하면 이 음반이 잘 팔릴까, 어떤 식으로 마켓팅을 해서 어떻게 해야 잘 팔릴까만 생각해요. 그런 걸 잘하는 사람들이 성공한 것이 되고, 그런 걸 못하는사람들은 실력이 있어도 뒷 전이죠. 이렇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어요. 50년 전만 해도 어느 정도 실력과 재능이 있으면 되었는데, 요즘은 어려워요. 자신의 실력보다 성공한 사람들도 많고, 실력을 보면 성공했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심은록.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미술가들의 경우는, 갤러리가 매니저처럼 전시 프로그램을 짜주고  판매도 담당하는데요. 이런 갤러리의 역할이 때로는 미술가들의 성공을 좌우할 정도로 지나치게 중요해졌는데, 음악가들도 매니저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

강동석. 저희 [음악가들]도 매니저가 따로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레코딩 회사들처럼 매니저들도 현재 잘 나가는 쪽에만 집중해요. 어떤 연주자가 재능이 있으니 그를 믿고, 거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그런 매니저는 아주 드물어요. 그들도 우선 먹고 살아야 되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균형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쪽으로, 쉬운 쪽으로만 집중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어떤 매니저들은 자기의 음악가들에게 매일 같이 누구를 컨텍해서 만나야 한다고 하고, 아이디어를 줘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해서, 이를 잘 따르는 음악가들은 잘 풀려 나가기도 해요.그런데 저는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제 성격상 못하는 거죠.

심은록. 음악을 하려면 개인적인 창의성과 특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외에도 좋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될까요?

강동석. 좋은 연주가가 되기 위해서라... 우선은, 정말 자기가 원해서 해야 해요. 음악은 직장에서처럼할 일 딱 끝내고 주말에 쉬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열정이 있어야 해요. 재능이 있어야 하고, 그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음악을 꾸준히 하려면 강한 정신력도 필요해요. 다른 분야에서는 졸업장 받은 후 취업하면 안정되게 갈 수 있지만, 이거는 뭐, 평생 50, 60, 70세가 돼도, 자기 자신과 계속 싸우면서 해야 되니 확고한 각오가 필요해요. 음악은 매일 매일 연습해야 하고, 그런 자기자신과 계속 싸우는 거죠.

젊은 후배들은, 조금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상업적인 것에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젊은 사람들도 그게 현실이니까,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알려지고, 커리어도 생기는지 많이 신경 쓰게 되죠. 그래도 예술가에게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길을 제대로 찾아가야 해요. 금방 반짝 해가지고 성공하려는 생각을 자제하고, 인내를 가지고 멀리 바라보며 정상적으로 서서히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하루 아침에 갑자기 프레쉬 쿠키처럼 금방 되는 게 아니라, 오랜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숙성되는 것이 중요해요. 요새 세상의 흐름을 너무 따라가지 말고, 좀 더 진지한 태도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음악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요즘 연주자들이 짧은 기간 동안 연주도 너무 많이하고 일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일찍 시들어버리는 경우를 여러번 봐서 안타까워서 그래요. 마라톤 경기를 하는데 처음몇 km를 전력질주해서, 그 뒤로는 더 못뛰는 것과도 같아요.

자신의 악기와 자신의 분야에만 관심을 집중하지 말고, 좀 더 넓게 다른 예술에 대해서도 안다면 더 훌륭한 예술가가 되겠지요. 풍부한 경험만큼 풍부한 표현이 나올 수 있는 거니까요.

<다음주에 이어짐 >

                                                             <파리지성/심은록, 미술비평가, 감신대 객원교수>

시간 밖의 시간을 찾아서 – 한명옥 작가와의 인터뷰( 1) «장 브롤리 화랑 비트린전»    ..
프랑스, 릴 Lille에 거점을 두고 있는 유럽 최초 웹툰 플랫폼 델리툰에서       &nb..
                       &n..
      현(絃)으로 봄을 앞당기다            &nbs..
                        ..
                     왼쪽부터 ..
                       ..
                       ..
                       &n..
                       ..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