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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옮기다 죽을 번 하다
파리지성  2010-07-05, 20:18:47   
몇 일전 피아노를 옮기다 사람 한명 잡을 뻔 했습니다. 피아노가 가장 작은 사이즈라고 해서 좀 무거워도 둘이 들어 옮기면 되겠다 싶어서 차를 빌려서 청년 한명을 불러 둘이서 갔습니다. 가서 보니까 작은 사이즈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는 그런 피아노 였고 기왕 온 것 옮겨보자는 마음에 바퀴달린 피아노를 계단까지 밀고 왔습니다. 프랑스에 피아노 들어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을 리 만무이기에 계단을 들고 내려와야 합니다. 다행이 한층만 내려가면 된다는 생각에 평지에서도 둘이 들기 어려운 피아노를 힘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것 같은 청년을 포함에 세 명이 좁은 계단으로 피아노를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두 달 전에 축구한다고 까불다가 넘어져서 금이 간 왼쪽 어깨뼈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 팔에만 힘을 잔뜩 주고 피아노를 들기 시작했는데 계단으로 피아노가 기울기 시자하자마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위편에서 피아노를 잡고 있던 저는 밑에 쪽에 있는 청년에게 피아노가 덮칠까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닥은 미끄럽고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냉정해지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한 계단씩 내려왔습니다. 밑에서도 죽을힘을 다하는 청년 덕분에 무사히 내려오기는 했습니다. 내려 오자마다 군대에서 단독 군장하고 10Km 구보 후에 헉헉거린 후 처음으로 그렇게 주저앉아서 더위 먹을 개처럼 헐떡거렸습니다. 저절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미쳤어, 미쳤어” 중얼거렸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사한 게 너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다치는 거야 그냥 제가 잘못해서 다쳤으니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의 귀한 자식 피아노 옮겨주다 다치면 그게 무슨 낭패입니까. 매사에 상황 판단을 현명하게 해야 하는 나이 살이나 먹은 사람이 그렇게 무모하게 해서 잘 못되기라도 하면 비난을 받아도 마땅할 것입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피아노를 옮겨 놓고 하루 종일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힘줄이 늘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보내야 했습니다. 피아노를 그 집에 들여 놓을 때 두 명이 들고 왔다는 말에 용기를 냈는데 같은 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힘과 기술을 쓸 줄 아는 두 명과 그냥 두 명은 조금 힘든 것과 죽을 번 한 차이입니다. 돈이 좀 들어도 피아노를 옮길 때는 전문가를 불러라. 특히 계단 내려 올 일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피아노가 나를 힘들게는 했지만 그 피아노는 아주 귀한 것입니다. 새 피아노를 산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국에 귀국하게 된 학생이 팔려고 하니까 너무 터무니없는 중고 값밖에는 받을 수 없는 것을 알고 그렇게 팔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주고 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중고 값을 쳐주어도 팔면 비행기 표 사는 것과 이사 비용은 충분히 나올 텐데 굳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 착하게 세상을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을 나누어도 늘 채워지며 어디서나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을 빛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축복해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귀국을 지켜봤습니다.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사용하던 가구들과 생활 용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더러는 피아노도 주고 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던 자동차를 맡겨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고 하는 이들도 몇 명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것을 팔면 귀국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하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남겨주고 가는 것입니다. 어떤 기회이든지 나눔을 늘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세상은 이런 이들로 인해서 밝아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박해져가는 세상을 걱정하지만 여전히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선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담기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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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천 퐁뇌프교회목사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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